스마트폰보다 가족을 먼저 바라보는 법 — 《도파민 가족》 리뷰
이은경 작가의 『도파민 가족』은 기술이 일상이 된 시대,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어떻게 ‘각자의 알고리즘’ 속에 갇히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스마트폰 화면 대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한 지금, 이 책은 관계 회복의 현실적 길을 제시한다.

가족이 함께 있어도 외로운 이유, 도파민의 덫에 갇히다
이 책의 첫 장은 낯설 만큼 익숙한 장면으로 시작된다. 같은 거실에 앉은 가족들이 각자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웃거나, 영상에 집중하거나, 무심히 스크롤을 내리는 장면이다. 작가는 이 풍경이 ‘디지털 단절의 시대’를 상징한다고 말한다. 과거의 단절이 물리적 거리에서 비롯되었다면, 이제는 감정의 연결 회로가 ‘도파민’이라는 화학적 자극에 의해 왜곡된 것이다.
도파민은 쾌락의 신경전달물질이자 집중을 유도하는 보상 체계의 핵심이다. 문제는 SNS, 숏폼, 게임 등 디지털 자극이 도파민 분비를 과도하게 유도하면서, 사람들의 뇌가 즉각적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재편된다는 점이다. 이은경 작가는 부모와 자녀, 부부 사이에서도 이런 ‘즉시 보상’의 회로가 작동하며, 대화보다 자극을 우선시하는 행동 패턴을 강화한다고 지적한다.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이 현상을 단순히 비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도파민 가족’이란 표현을 통해, 우리가 모두 같은 시대의 영향을 받는 존재임을 인정한다. 즉, 누군가의 탓이 아니라 구조적 현상이라는 점을 명확히 짚는다. 그렇기에 해법은 비난이 아니라 ‘재설계’에 있다. 가족 간의 대화 구조, 함께 보내는 시간, 일상의 리듬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만든 감정의 벽, 대화의 회복이 필요한 이유
저자는 ‘알고리즘’이란 단어를 심리학적 은유로 확장한다. 각자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추천받고, 자신과 유사한 생각만 접하는 SNS의 구조가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족이 서로의 알고리즘 속에 갇히면, 상대의 감정이나 관점을 이해할 기회가 사라진다. 부모는 자녀의 ‘디지털 세계’를 낯선 영역으로 느끼고, 자녀는 부모의 말이 ‘구식’이라며 무시한다. 결국 각자의 피드 속에서 확신만 커지고, 공감은 사라진다.
작가는 이를 ‘정서적 알고리즘의 고립’이라 명명한다. 그리고 이 벽을 허무는 가장 강력한 도구로 ‘대화’를 제시한다. 하지만 그 대화는 단순한 조언이나 설득이 아니라, 감정을 중심으로 한 ‘공감 대화’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실제 사례를 통해, 스마트폰 사용 규제보다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훨씬 더 강력한 연결 효과를 낸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특히 인상 깊다. 가족 간 신뢰는 통제에서가 아니라 ‘공유된 감정’에서 자란다는 점, 기술보다 인간의 감정이 여전히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깊게 다가온다.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대신, 관계를 다시 설계하기
『도파민 가족』의 마지막 장은 실천적 제안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가족이 기술을 완전히 배제하기보다, ‘사용의 규칙’을 재정의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가족회의 시간, 식사 시간, 취침 전 30분 등은 디지털 기기에서 벗어나 ‘관계의 시간’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부모가 먼저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부모의 행동이 곧 아이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작가는 ‘도파민 디톡스’라는 트렌드적 개념을 일상의 실천으로 바꾸어 제안한다. 예를 들어 하루 한 번 가족이 함께 산책하기, 함께 밥 차리기, 또는 하루의 감정을 한 문장으로 공유하기 같은 작은 습관을 권한다. 이런 실천은 도파민에 길들여진 뇌를 ‘느림의 리듬’으로 되돌리고, 가족을 다시 ‘함께 존재하는 공동체’로 회복시킨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인상 깊었던 이유는, ‘가족 문제’를 심리학과 신경과학, 그리고 현실적 생활감으로 동시에 풀어낸다는 점이다. 이은경 작가는 단순히 스마트폰의 부정적 영향만을 경고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기술을 통해 잃어버린 감정의 언어를 되찾는 법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가족 회복의 안내서’로 읽힌다.
'도서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국보 : 상·청춘편 - 요시다 슈이치 (0) | 2025.11.12 |
|---|---|
|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 – 나민애 (0) | 2025.11.03 |
| 절창 – 구병모 (0) | 2025.10.31 |
| 트렌드코리아 2026 확장판 (0) | 2025.10.24 |
| 천 개의 파랑 - 천선란 (0) | 2025.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