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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주택』 리뷰 – 진짜 어른과 청춘의 간극을 잇는 소설『순례주택』은 한 가족이 몰락 후 순례씨의 빌라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소동 속에서 진짜 어른됨과 “순례자”적 삶을 묻는 청소년 소설입니다. 코믹한 분위기 안에 담긴 삶의 질문이 깊이 다가오는 작품입니다.망가진 삶이 이사 온 빌라, 순례의 시작점이 되다수림이네 가족은 할아버지의 별세와 함께 빚더미에 오른 뒤, 외할아버지의 옛 연인이 소유한 ‘순례주택’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부동산의 가치는 형편없지만, 그곳이야말로 모든 것이 뒤섞인 삶의 실험실처럼 작동합니다. 이사 첫날부터 삐걱거림이 시작됩니다. 조용한 복도, 낡은 창틀, 소리 나는 계단, 까치발로 올라야 하는 다락, 엉켜 있는 전선과 낡은 수도꼭지 — 이런 요소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리뷰 – 함께 살아가는 날들을 위한 편지『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는 흔들리고 지친 시간 속에서도 우리에게 남은 온기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사랑과 위로, 자기 다독임의 언어로 가득 차 있으며, 하태완 특유의 다정하고 섬세한 문장이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삶의 흔들림 속에서 찾는 나만의 낙원으로 걸어가는 길『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는 ‘낙원’이라는 단어를 단순한 이상향이 아니라, 일상의 균열 속에서도 우리가 머물 수 있는 안식처로 재정의합니다. 저자는 삶의 여러 흔들림—관계의 거리감, 사랑의 불확실성, 자기 존재의 의심—들을 가만히 마주하며, 그 사이사이에서 잔잔한 위로의 빛을 비춥니다. 특히 이 책은 과거의 상처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 위에 부드러운 시간을 덧입혀 ..
김채린 아나운서의 『애 같은 말투 10분 만에 바꿔 드립니다』는 사회생활에서 말투 때문에 손해 보는 이들을 위한 명쾌하고 실용적인 가이드입니다. 신뢰감 있는 목소리와 말투가 단순한 스피치 스킬을 넘어, 어떻게 강력한 퍼스널 브랜딩이 되는지 알려줍니다.말투 하나로 달라지는 인생, 신뢰를 얻는 목소리.우리는 종종 내용만 좋으면 전달 방식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 생각이 얼마나 큰 착각인지 명확하게 일깨워준다. 김채린 아나운서의 『애 같은 말투 10분 만에 바꿔 드립니다』는 목소리와 말투가 한 사람의 능력과 신뢰도, 나아가 인생 전체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저자가 지적하는 '애 같은 말투'란 단순히 나이에 맞지 않는 귀여운 척을 의미하는..
성해나 작가의 소설집 『혼모노』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흐려진 현대 사회의 다양한 군상을 예리하게 포착해낸 작품입니다. 지금 우리 시대의 가장 문제적인 욕망과 믿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하며, 압도적인 몰입감과 강렬한 여운을 선사합니다.진짜와 가짜의 경계, 그 아슬아슬한 줄타기.성해나의 두 번째 소설집 『혼모노』는 그 제목부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혼모노(本物)'는 본래 '진짜', '실물'을 의미하는 긍정적인 단어지만, 온라인상에서는 특정 문화에 심취한 이들을 조롱하는 멸칭으로 변질되었다. 작가는 이처럼 의미가 전복된 단어를 통해,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진 우리 시대의 불안한 초상을 정면으로 겨눈다. 이 소설집은 '진짜란 무엇인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을 붙들고, 각기 다른 인물과 상황 속..
한강 작가의 소설 『희랍어 시간』은 말을 잃어가는 여자와 빛을 잃어가는 남자가 고대 그리스어 수업에서 만나, 침묵과 어둠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이야기입니다. 언어와 감각의 본질을 탐구하는 깊고 정적인 울림을 선사합니다.침묵의 여자와 어둠의 남자, 언어의 집을 짓다.한강의 소설 『희랍어 시간』은 세상의 소음과 빛으로부터 밀려나고 있는 두 영혼에 대한 이야기다. 한 여자가 있다. 갑작스러운 실어증으로 목소리를 잃은 그녀는 더 이상 세상과 소통할 수 없다. 어머니의 죽음과 아이의 양육권을 잃은 상실감이 그녀의 혀를 굳게 만들었다. 한 남자가 있다.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그는 세상의 빛깔과 형태를 점차 잃어가고 있다. 독일에서 이방인으로 자란 유년기의 상처와 함께, 그의 세계는 점점 더 깊은 어둠 ..
한강 시인의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는 스러져가는 순간과 기억, 고통의 흔적을 섬세하고 투명한 언어로 붙잡아낸 작품입니다. 고요한 침묵 속에서 삶의 가장 깊은 곳을 응시하게 만드는 서늘하고 아름다운 시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사라지는 순간을 붙잡으려는 가장 고요한 노력.한강의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읽는 경험은, 해 질 녘의 방 안에 홀로 앉아 빛이 스러지고 어둠이 차오르는 풍경을 오랫동안 가만히 응시하는 행위와 닮아있다. 시집의 제목부터가 하나의 완벽한 시다. '저녁'이라는, 손으로 만질 수도 붙잡을 수도 없는 가장 추상적이고 찰나적인 순간을 '서랍'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 '넣어 두는' 불가능한 행위. 이 기묘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정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