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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참혹한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엮어낸 소설입니다. 잊혀진 역사의 상흔을 현재로 소환하며, 기억하고 증언하는 행위의 숭고한 의미를 묻는 깊고 서늘한 울림을 전합니다. 하얀 눈에 덮인 섬, 검붉은 역사를 파고들다.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는 행위는, 소복이 쌓인 흰 눈을 맨손으로 파헤쳐 그 아래 얼어붙은 검붉은 흙을 만지는 것과 같다. 소설은 작가인 주인공 '경하'가 친구 '인선'의 갑작스러운 연락을 받고 폭설이 내리는 제주로 향하면서 시작된다. 인선은 스스로 손가락을 찌르는 자해로 병원에 입원했고, 경하는 그녀의 집에 남아 새를 돌봐야 하는 임무를 받는다. 눈으로 인해 섬에 고립된 경하는 인선의 어머니 '정심'이 평생에 걸쳐 기록하고 증언한 ..
정대건 작가의 장편소설 『급류』는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한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잊었던 기억과 묻어둔 비밀을 파헤치는 네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과거라는 거대한 급류가 현재의 삶을 어떻게 잠식하는지 밀도 높게 그려냅니다.기억은 어떻게 우리를 속이고 배신하는가에 대하여.누구나 마음속에 결코 마르지 않는 강 하나쯤을 품고 살아간다. 정대건의 소설 『급류』는 바로 그 강, 즉 과거라는 이름의 거대한 흐름이 우리의 현재를 어떻게 지배하고 흔드는지에 대한 집요한 탐구서와 같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무주는 안개 자욱한 강과 좁은 인간관계로 얽힌, 비밀을 품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이곳에서 나고 자란 네 명의 친구, 작가인 '나'와 교사 동우, 체육 강사 재호, 그리고 일찍이 마을을 떠난 선규. 이들의 삶은 20년..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한 여자의 갑작스러운 육식 거부가 불러오는 파멸적인 과정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 욕망, 그리고 광기의 경계를 탐색하는 강렬한 소설입니다. 평범한 일상에 숨겨진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한 방울의 피도 거부한 그녀, 나무가 되려 하다.소설 『채식주의자』는 지극히 평범하고, 남편의 말에 따르면 "특별한 매력도, 단점도 없는" 아내 영혜가 어느 날 꿈을 꾼 뒤 육식을 거부하기로 선언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단순한 선언은 고요한 수면 위로 던져진 돌멩이처럼, 그녀의 삶과 주변 인물들의 세계에 걷잡을 수 없는 파문을 일으킵니다. 1부 '채식주의자'는 남편의 시선으로 전개됩니다. 그는 아내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에게 채식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사회적 규범과..
코이케 류노스케의 『초역 부처의 말』은 고전의 지혜를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해석한 책입니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고, 괴로움의 근원을 통찰하게 돕는 실용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고통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눈.우리는 매일 수많은 감정의 파도 속에서 살아갑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치솟는 분노, SNS 속 타인의 삶을 보며 느끼는 질투,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까지. 코이케 류노스케의 『초역 부처의 말』은 이러한 감정들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그 근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일종의 '마음 사용 설명서'와도 같은 책입니다. 저자는 '부처의 말'이라는 이름에 종교적인 색채를 덧입히기보다, 2600년 전의 지혜가 오늘날 현대인의 번뇌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
양귀자 작가의 『모순』은 스물다섯 살의 주인공 안진진이 펼치는 삶의 실험을 통해, 사랑과 인생의 선택에 담긴 근원적 모순을 파헤치는 소설입니다. 행복과 불행, 안정과 열정 사이에서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통찰을 선사합니다. 삶이라는 모순을 기꺼이 끌어안는 용기에 대하여.스물다섯, 인생의 무수한 갈림길 앞에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나이. 양귀자의 소설 『모순』의 주인공 안진진은 바로 그 지점에서 누구도 생각지 못한 대담한 실험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개입하기로 결심하고, 인생이라는 거대한 모순 덩어리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두 명의 남자를 동시에 만나기로 합니다. 한 명은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진작가 김장우, 다른 한 명은 모든 것을 갖춘 안정적이고 부유한 회사원 나영규..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인간의 존엄성과 잔인함의 경계를 묻는 한강 작가의 소설입니다. 역사의 상흔이 개인의 삶을 어떻게 관통하는지, 그 고통 속에서도 우리는 왜 인간이어야 하는지를 처절하게 증언합니다.아름다움이 잔인함에게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읽는 행위는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잊혀진 감각을 일깨우고 외면했던 진실을 맨몸으로 마주하는 일종의 '증언 참여'에 가깝습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1980년 5월의 광주, 그 처절했던 현장의 한복판으로 소환됩니다. 소설은 '너'라는 2인칭 시점을 통해 끊임없이 독자를 호명하며, 죽은 소년 '동호'의 시선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고통을 마치 나의 일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이 소설의 가장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