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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 사랑과 삶의 길 위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용기

by lifewhispers 2025. 10. 4.

양귀자 작가의 『모순』은 스물다섯 살의 주인공 안진진이 펼치는 삶의 실험을 통해, 사랑과 인생의 선택에 담긴 근원적 모순을 파헤치는 소설입니다. 행복과 불행, 안정과 열정 사이에서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깊은 통찰을 선사합니다.

삶이라는 모순을 기꺼이 끌어안는 용기에 대하여.

스물다섯, 인생의 무수한 갈림길 앞에서 불안하고 흔들리는 나이. 양귀자의 소설 『모순』의 주인공 안진진은 바로 그 지점에서 누구도 생각지 못한 대담한 실험을 시작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삶에 개입하기로 결심하고, 인생이라는 거대한 모순 덩어리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두 명의 남자를 동시에 만나기로 합니다. 한 명은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진작가 김장우, 다른 한 명은 모든 것을 갖춘 안정적이고 부유한 회사원 나영규입니다. 이 두 남자는 단순한 연애 상대를 넘어, '열정으로 가득하지만 불안정한 삶'과 '안정적이지만 권태로운 삶'이라는 두 개의 세계를 상징합니다. 진진의 실험은 단순히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저울질하는 과정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욕망과 현실의 조건, 사랑이라는 감정과 결혼이라는 제도 사이의 근원적인 모순을 온몸으로 부딪혀 이해하려는 처절한 시도입니다.
작가는 안진진의 시선을 통해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과연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혹은, 사랑 없는 안정 속에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가? 진진은 이 두 가지 삶의 가능성을 눈앞에 두고 어느 한쪽도 쉽게 선택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양립 불가능한 세계를 동시에 살아보며, 그 안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진실을 찾으려 합니다.
이 소설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의 '인생 책'으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안진진처럼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를 안고 살아갑니다. 진진의 용기 있는 실험은 그런 우리에게 대리 만족과 함께 깊은 공감을 안겨줍니다. 그녀는 수동적으로 운명을 기다리는 대신, 삶의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길을 택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됩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왔는가, 나의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는가. 『모순』은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질문 그 자체를 끌어안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임을 이야기합니다.

사랑과 조건, 두 개의 길 위에서 나를 발견하다.

소설 『모순』의 깊이는 주인공 안진진의 연애 실험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작가는 진진의 가족, 특히 일란성 쌍둥이인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병치시키며 모순이라는 주제를 더욱 확장하고 심화시킵니다. 어머니는 열정적인 사랑을 택해 가난하고 폭력적인 남편과 결혼했지만,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생의 활력을 잃지 않고 억척스럽게 살아갑니다. 반면 이모는 부유하고 안정적인 남자와 결혼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지만, 깊은 우울과 권태에 잠식되어 생기를 잃어버린 채 살아갑니다.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 정반대의 선택을 한 두 자매의 삶은, 인생의 행복이 결코 부와 가난, 안정과 불안정 같은 이분법적인 잣대로 측정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보여줍니다.
어머니의 삶은 불행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치열한 생명력이 있고, 이모의 삶은 완벽한 행복의 조건들로 채워져 있지만 그 안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작가는 이 극명한 대비를 통해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진부한 명제를 다시금 곱씹게 만듭니다. 우리는 종종 더 나은 선택, 더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이 소설은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길 위에는 행복과 불행이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존재함을 이야기합니다.
가난하다고 해서 불행하기만 한 것도 아니며, 부유하다고 해서 행복하기만 한 것도 아닙니다. 진정한 비극은 가난 자체가 아니라,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리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진진은 어머니와 이모의 삶을 지켜보며 사랑과 조건, 그 어떤 것도 완벽한 행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냉혹한 진실을 깨닫습니다.
이 깨달음은 그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듭니다. 결국 인생이란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내면의 태도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선택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보다, 선택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어머니와 이모의 삶은 진진에게, 그리고 우리 독자들에게 주어진 가장 현실적이고도 심오한 삶의 교과서인 셈입니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닌 살아내는 방식일 뿐.

양귀자 작가의 『모순』은 시대를 관통하는 힘을 가진 고전의 반열에 오른 작품입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 소설이 삶의 본질을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으면서도, 결코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 것입니다. 주인공 안진진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소설은 마치 친한 친구나 언니에게 인생 상담을 받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녀의 이야기는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모두가 겪는 보편적인 고민과 감정이 녹아 있습니다. 작가는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행복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등 기억에 오래 남는 문장들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집니다.
소설의 결말에서 안진진은 마침내 하나의 길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의 백미는 그녀가 누구를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선택에 이르는 과정과 그 선택을 받아들이는 그녀의 태도에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선택이 완벽한 해피엔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압니다. 어떤 길을 가든 그곳에는 또 다른 모순과 갈등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선택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가 내린 결정을 책임지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겠다는 용기를 얻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오늘날 끝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서 '정답'을 강요받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소셜미디어 속 화려한 타인의 삶을 보며 나의 삶을 초라하게 느끼고,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모순』은 괜찮다고, 삶이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행복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을 만들어나가는 것. 불완전하고 모순투성이인 나 자신과 나의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사랑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안진진의 1년간의 실험이 도달한 결론이자, 작가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궁극적인 메시지일 것입니다. 이 책은 인생이라는 미로에서 길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다정한 등대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