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케 류노스케의 『초역 부처의 말』은 고전의 지혜를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해석한 책입니다. 복잡한 일상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고, 괴로움의 근원을 통찰하게 돕는 실용적인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고통의 뿌리를 들여다보는 섬세하고 날카로운 눈.
우리는 매일 수많은 감정의 파도 속에서 살아갑니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 치솟는 분노, SNS 속 타인의 삶을 보며 느끼는 질투,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까지. 코이케 류노스케의 『초역 부처의 말』은 이러한 감정들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그 근원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일종의 '마음 사용 설명서'와도 같은 책입니다. 저자는 '부처의 말'이라는 이름에 종교적인 색채를 덧입히기보다, 2600년 전의 지혜가 오늘날 현대인의 번뇌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고통을 그저 견디거나 외면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신, 그 고통이 발생하는 마음의 메커니즘을 아주 세밀하게 해부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화를 내는 이유는 단순히 외부의 자극 때문이 아니라, '나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강한 자의식, 즉 '에고'가 상처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모든 번뇌의 뿌리임을 명확히 짚어내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제 안의 수많은 감정적 반응들이 사실은 이기적인 '나'를 지키기 위한 발버둥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저자는 부처의 가르침을 빌려, 이 모든 괴로움이 '세상을 내 뜻대로 통제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모든 것은 변하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진리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는 것이죠. 이 책은 추상적인 위로를 건네는 대신, 이처럼 불편하지만 명료한 진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고통의 원인을 외부 환경이나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했던 저에게, 모든 문제의 열쇠가 내 마음 안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마치 숙련된 의사가 환부를 정확히 짚어내듯, 저자는 우리 마음의 병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마음의 소음을 잠재우는 쓸모 있는 생각 연습법.
『초역 부처의 말』의 진정한 미덕은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마음 훈련법'을 제시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 책은 지식으로 이해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직접 적용하고 연습할 수 있는 가이드북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방법들은 결코 거창하거나 어렵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나는 화가 났다!'라고 생각하는 대신, '지금 내 안에서 분노라는 감정이 일어나고 있구나'라고 한 발짝 떨어져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연습이 있습니다. 이는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감정을 그저来了又去지나가는 손님처럼 바라보게 만드는 강력한 훈련입니다.
저 역시 업무 중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 방법을 적용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스트레스라는 감각이 몸과 마음에 나타나고 있다'고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의 폭풍에 휩쓸리지 않고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저자는 쓸데없는 생각의 연쇄를 끊는 방법으로 '생각에 이름표 붙이기'를 제안합니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이 떠오를 때마다 '아, 또 망상이 시작됐군'하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이 단순한 행위는 우리를 생각의 노예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만들어주는 첫걸음입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만 가지 생각을 하지만, 대부분은 과거나 미래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 에너지 낭비를 막고, 마음의 소음을 줄여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술을 알려줍니다.
명상이나 특별한 수행을 하지 않더라도,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혹은 설거지를 하면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조언들이 가득합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더 이상 자신의 감정과 생각에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지 않고, 스스로 마음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될 것입니다.
오늘이 아닌 지금, 여기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힘.
이 책이 궁극적으로 우리를 이끄는 곳은 '지금, 여기'라는 삶의 본질적인 공간입니다.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후회하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며 살아갑니다. 정작 유일하게 실재하는 '현재'라는 시간을 온전히 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코이케 류노스케는 부처의 말을 빌려, 이러한 마음의 방황이야말로 모든 고통의 근원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기'를 반복해서 강조합니다. 밥을 먹을 때는 밥알의 맛과 향에 집중하고, 걸을 때는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에 집중하는 식입니다.
처음에는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책을 따라 조금씩 실천해보면서 놀라운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늘 다른 생각을 하며 기계적으로 걷던 출근길에, 발바닥의 감각에 집중하자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복잡한 생각들이 잠시 멈추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온전한 평화와 휴식의 경험이었습니다. 이 책은 행복이 미래의 어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행복은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행위에 온전히 집중하고 몰입할 때 느낄 수 있는 충만함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늘 '나중에' 행복해지기 위해 '지금'을 희생하지만, 이 책은 그 전도된 가치관을 완전히 뒤집어 버립니다.
『초역 부처의 말』을 덮고 난 후, 제게 남은 것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찻잔의 온기를 느끼고, 창밖의 바람 소리를 듣는 아주 사소한 순간들이 이전보다 훨씬 소중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초능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지만 잊고 살았던, 현재를 온전히 살아낼 수 있는 감각을 다시 일깨워줄 뿐입니다. 그것이야말로 이 복잡한 세상을 흔들림 없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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