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마음사진관 - 윤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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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마음사진관, 지친 하루를 따뜻하게 감싸는 문장들

윤정은 작가의 『메리골드 마음사진관』은 상처와 회복, 그리고 작지만 단단한 행복을 담은 이야기다. 읽는 내내 ‘괜찮다’는 말보다 더 다정한 위로가 전해져, 나도 모르게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메리골드 마음사진관 표지

잊힌 감정을 담는 사진처럼, 마음을 찍는 공간의 의미

『메리골드 마음사진관』은 마음속 깊은 곳에 남아 있는 기억과 감정을 ‘사진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시각화한다. 작가는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를 단순한 기록이 아닌, 존재의 흔적을 남기는 의식처럼 묘사한다. 주인공들은 사진관에 들어서며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오래된 감정을 직면한다. 그 순간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윤정은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지만 결코 차갑지 않다. 예를 들어 “마음이 다 말라버린 줄 알았는데, 사진 속의 나는 아직 웃고 있었다”라는 구절은 우리 안의 생명력과 회복의 가능성을 깨닫게 한다. 작가는 ‘기억의 온도’를 세밀하게 포착하며, 독자에게도 자신의 상처를 사진처럼 꺼내어 바라보게 만든다. 이는 ‘메리골드’의 꽃말인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을 상징적으로 구현한 장치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작품은 슬픔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삶의 일부로 인정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 점이 바로 『메리골드 마음사진관』이 단순한 위로의 서사가 아닌 ‘감정의 복원’으로 읽히는 이유다.

삶의 얼룩을 바라보는 다정한 시선과 감정의 결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감정의 결’을 세심하게 다룬다는 점이다. 윤정은은 등장인물의 대화나 표정, 말하지 못한 숨결까지 포착하며 독자가 마치 장면 속에 서 있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 그녀의 글에는 감정의 기복이 없다. 대신 아주 작은 떨림이 있다. 마치 가만히 손등 위로 떨어지는 햇살처럼, 서서히 마음을 덮는다.

주인공이 느끼는 후회, 용서, 그리움의 감정들은 독자의 일상과 닮아 있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며 오래전에 스쳐 간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연결하는 한 장의 사진처럼, 이 책은 우리 안의 시간을 다정하게 묶어준다.

문장마다 ‘살아 있음’의 감각이 묻어나지만, 결코 감상적이지 않다. 작가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 속에서도 “그럼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그 다정함은 현실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에 더 진실하다. 『메리골드 마음사진관』은 감정을 과하게 끌어올리지 않고, 조용히 빛을 비춘다. 그것이 윤정은 문장의 힘이다.

결국 우리 모두의 마음을 찍는 사진관이 된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감정의 위로를 넘어 ‘자기 회복의 서사’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독자는 작품 속 인물과 함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맞닥뜨린다.

작가는 인물의 성장보다 ‘이해와 공감’을 더 중요하게 그린다. 상처가 사라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어쩌면 그것이 우리를 사람답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런 태도는 요즘 빠르게 소모되는 관계 속에서 잊기 쉬운 ‘존중의 온기’를 다시 일깨운다.

나에게 『메리골드 마음사진관』은 조용한 휴식 같은 책이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이 책은 나를 잠시 멈춰 세웠다. 작가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오래 남는다. “모든 사진은 결국 자신을 찍는 일이다.” 그것은 곧, 살아 있는 동안 나 자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과 닮아 있다.

이 책은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다. 다만 너무 아플 때보다는, 조금은 숨을 고를 수 있을 때 읽기를 추천한다. 그래야 작가가 말하는 ‘빛이 되는 문장’이 온전히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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