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골드마음세탁소 - 윤정은

반응형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리뷰 – 상처를 비추고 마음을 씻는 이야기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사람의 마음에 남은 얼룩과 상처를 마법처럼 지워 준다는 컨셉의 힐링 판타지 소설입니다. 윤정은 작가는 세탁소라는 상징적 공간을 중심으로 치유, 기억, 관계의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냅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책 표지

마음의 얼룩을 씻어내는 세탁소의 초대장 같은 이야기

이 작품은 언덕 위에 나타난 ‘마음 세탁소’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그 세탁소를 찾아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던 기억이나 감정의 얼룩을 세탁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얼룩’은 후회, 미움, 배신, 상실 등 인간이 감내해온 감정들이며, 주인공 지은은 이 얼룩들을 하나씩 받아 안습니다. 얼룩을 지우는 과정은 단순히 기억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뜻합니다. 윤정은은 이 과정을 매우 정성스럽고 섬세한 문체로 풀어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우리가 스스로 감춰온 얼룩마저도 우리의 일부이며, 그것들을 무조건 지우려 하기보다 다독이며 돌보는 태도가 더 온전한 치유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억과 상처 사이에서 마주하는 관계의 미학

소설 속 인물들은 각기 다른 상처를 지닌 채 마음 세탁소를 찾습니다. 이별의 슬픔, 가족 간의 갈등, 자신에 대한 자책, 누군가에게 말할 수 없던 외로움 등이 얼룩의 형태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얼룩들을 씻는 행위가 ‘지우기’가 아니라 ‘마주보기’의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지은과 방문객의 대화, 그들이 털어놓는 이야기는 단순한 고백이 아니라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상처를 숨기지 않고 꺼내는 순간부터 관계는 단단해지고, 위로는 말이 아니라 존재로 전해집니다. 이 미학적인 관계의 서술 방식이 이 책이 가진 매력 중 하나라고 느꼈습니다.

위로와 치유의 판타지, 현실과 마주하는 울림

이 소설은 판타지적 설정을 빌려왔지만, 그 중심에는 매우 현실적인 감정들이 놓여 있습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판타지가 위로가 되는 지점은, 환상이 현실을 덮어쓰는 게 아니라 현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렌즈가 된다는 점입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는 마법 같은 설정 속에서도 인간의 나약함과 타인의 시선을 진솔하게 드러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위로는 완전함보다 불완전함에서 시작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완벽한 치유는 존재하지 않지만, 계속 살아가고 다시 손을 내밀 수 있는 마음이 있다면, 아무리 얼룩진 기억이라도 나를 닮은 꽃으로 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