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 없는 우정이 주는 자유와 관계의 새로운 가능성
어딘의 『격 없는 우정』은 우리가 평생을 고민해 온 관계의 무게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책이다.
예의를 넘어 진짜 마음이 닿는 관계란 무엇인지, 경계를 허문 우정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자유로워지는지를 깊이 탐구한다.

우정이란 경계를 허물며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우정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쓰지만, 정작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다. 어딘은 이 책에서 ‘우정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그는 우정을 단순히 친밀감이나 친숙함의 수준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정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의 내면에 자리한 불안과 결핍마저도 꺼리지 않고 함께 바라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책은 이 경계 허물기의 본질을 ‘격 없음’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다. 격 없음은 예의와 도리를 지키지 않는 무례함이 아니라, 억지로 꾸미거나 숨기지 않는 태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상대 앞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상태이다. 그것은 사회적 관계에서 매우 드물고 동시에 용기가 필요한 경험이다.
저자는 ‘격이 없는 우정’이 주는 자유를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그는 사람들이 서로의 장점을 확인하고 칭찬할 때보다, 실패나 약점, 내밀한 고민을 공유할 때 더 깊이 연결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좋은 사람, 좋은 친구’라는 역할을 벗어버리는 순간, 비로소 친구라는 이름은 역할이 아닌 관계가 된다.
어딘은 기존의 우정이 종종 가벼운 친밀감이나 정서적 안정의 도구로 소비되는 현대 사회를 비판한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상대를 평가하거나 나와 맞는지 재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진짜 우정은 판단이 아니라 이해와 수용에서 시작된다.
이 책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정은 ‘좋은 사람끼리의 어울림’이 아니라, 서로의 삶이 부딪히고 섞이며 완전히 새로운 지점으로 나아가는 시도다. 좋은 모습뿐 아니라 지저분한 감정까지도 함께 감당하려는 의지. 이것이 격 없는 우정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우정을 하나의 ‘만남의 기술’로 설명하지 않는다. 그는 우정을 삶의 방식으로 본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상대의 삶을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하나의 세계로 존중하는 태도. 그런 우정은 노력보다 태도에서 비롯되고, 계산보다 진정성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그는 ‘가까움이 항상 편안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어떤 관계는 가깝기 때문에 더 불편하고, 친하다는 이유로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생긴다. 격이 없다는 것은 불편함마저도 관계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 장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우정은 서로를 바꾸는 힘을 가진다는 것이다. 서로를 위로하거나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존재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감각을 열어주는 관계. 그런 우정은 대단한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반복 속에서 자연스럽게 구축된다.
관계를 유지하기보다 함께 성장하려는 우정의 태도
어딘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보다 ‘함께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인간관계가 종종 정체되거나 고착되는 이유를 “서로에게 정답을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너무 분명해지고, 그 역할을 벗어나면 불편해지며, 결국 관계는 깊어지지 못한 채 형태만 유지된다.
그는 오랜 시간 좋은 친구 사이였지만, 어느 순간 서로의 삶이 너무 달라져 관계가 멀어지는 경우를 예시로 든다. 사람들은 이를 ‘우정의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것을 ‘우정의 변화’라고 정의한다. 진짜 우정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관계이며, 서로의 성장 방향이 달라진다면 그 다름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우정을 ‘항상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관념이 얼마나 억압적인지 이야기한다. 관계는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질 수도 있고, 한동안 침묵 속에서 유지될 수도 있다. 그는 침묵 또한 관계의 한 형태이며, 그 침묵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신뢰가 있다면 우정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관계의 거리’를 긍정한다는 점이다. 거리가 생겼다는 것이 불만이나 분열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보다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태도가 더 건강한 우정이라고 본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우정은 감정의 교환이 아니라 존재의 동행”이라는 명언을 남긴다. 우리는 친구가 나에게 해준 행동이나 말로 우정을 판단하려 들지만, 그는 상대가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를 ‘옆에서 함께 지켜보는 것’ 자체가 우정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관계에서 ‘정답’을 찾으려는 태도를 버리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친구에게서 위로를 기대하고, 공감을 기대하고, 나와 같은 생각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상대를 억압하거나 나에게 실망을 가져다준다. 우정은 정답의 일치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의 방식 속에서도 연결될 수 있음을 믿는 것이다.
우정을 하나의 ‘성과’로 보지 않고 ‘진행 중인 삶의 일부’로 본다면, 우리는 훨씬 편안해진다. 관계가 틀어지는 순간도, 갈등이 생기는 순간도 모두 우정의 과정이며, 그 과정이 관계의 깊이를 만든다.
이 장의 메시지 역시 명확하다. 진정한 우정은 발전하는 관계다. 서로를 가두지 않고, 변화와 성장의 속도를 존중하며, 고정된 위치에 머물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우정은 서로에게 자유를 허용하면서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는 태도다.
진짜 우정을 가능하게 하는 정직함과 취약성의 힘
세 번째 장에서 어딘은 ‘취약성’을 우정의 핵심 요소로 다룬다. 그는 우리가 진짜 감정을 숨기고 안정된 모습만 보여줄 때, 관계는 언제나 얇고 부서지기 쉽다고 말한다. 반면 자신의 결핍을 드러내는 순간 관계는 깊어지고, 진짜 우정이 시작된다.
그는 특히 “취약성은 약함이 아니라 용기다”라고 강조한다. 무너질 때 무너지는 모습 그대로를 드러낼 수 있는 용기, 상처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마음을 여는 용기. 이런 용기가 있어야 비로소 서로에게 닿는 우정이 가능하다.
저자는 우리가 취약성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관계의 평가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지, 나의 약점이 드러나면 관계가 멀어질지 걱정한다. 그러나 그는 진짜 우정은 이런 평가 구조를 넘어서는 관계라고 말한다.
여기서 강조되는 중요한 메시지는 ‘정직함’이다. 정직함은 상대를 향한 공격적 솔직함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을 왜곡하지 않는 태도다. 나는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말하는 순간, 관계는 얇아진다. 나는 힘들고 지쳤는데 웃으며 넘기기 시작하면, 우정은 감정의 교환이 아니라 역할 수행이 되어버린다.
그는 우리가 ‘좋은 친구’라는 역할에 갇혀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하게 된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한다. 좋은 친구는 좋은 말만 해야 하고, 위로를 건네야 하며, 상대를 늘 이해해야 한다는 기대가 관계를 경직시킨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어딘이 제안하는 우정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관계다. 그는 이런 관계를 ‘서로의 그림자를 함께 끌어안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그림자를 보더라도 관계가 깨지지 않음을 믿는 경험, 이것이 우정의 핵심이다.
또한 저자는 우정에서 필요한 것은 완벽한 이해가 아니라 ‘함께 있으려는 의지’라고 말한다. 우리는 종종 상대가 나를 이해해주지 않으면 서운함을 느끼지만, 우정은 이해의 정확도를 기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장의 말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정은 나에게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견디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의 문장은 우정에 대한 우리의 오래된 오해를 무너뜨린다. 우정은 취향의 일치나 성격의 조화가 아니라,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연결되는 과정이다.
이 마지막 장은 관계 속 불안과 상처, 오해와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어야 하는지 깊이 있게 탐구한다. 우정은 결국 인간이 가진 가장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감정적 연결이며, 그 연결은 정직함과 취약성을 통해 비로소 온전히 발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 책을 통해 ‘격 없는 우정’을 하나의 유토피아적 개념이 아니라, 충분히 실천 가능한 관계의 방식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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