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 손원평
『아몬드』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소년의 시선을 통해 공감과 이해, 그리고 성장의 의미를 섬세하게 그려낸 손원평 작가의 데뷔작입니다. 차가운 세계 속에서 감정을 배우고 관계를 맺는 과정을 따뜻하게 풀어낸 작품입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소설의 주인공 윤재는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감정 표현 장애’를 가진 소년입니다. 분노, 두려움, 슬픔 같은 기본적인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는 세상과 약간 어긋난 시선을 가진 채 살아갑니다. 작가는 윤재의 시선을 통해 감정을 느끼는 것의 의미를 묻습니다. 우리는 ‘당연히’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감정들이 사실 얼마나 많은 학습과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윤재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한 걸음씩 ‘감정’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친구 곤과의 만남은 윤재의 세계를 크게 바꿉니다. 곤은 윤재와 정반대로 감정을 과하게 드러내는 인물로, 분노와 폭력을 숨기지 않는 인물이지만 그 속에는 누구보다 깊은 상처와 고독이 숨어 있습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의 관계는 처음엔 충돌을 겪지만, 점차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며 성장해갑니다. 이 과정을 따라가며 저는 ‘감정을 느낀다는 것’과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른 문제인지 깨달았습니다.
공감과 이해의 힘
『아몬드』의 핵심은 결국 ‘공감’입니다. 윤재는 감정을 느끼지 못해 타인에게 무심한 존재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런 그가 세상을 더 차분히 바라보고 이해하게 됩니다. 반대로 감정을 너무 쉽게 드러내는 곤은 상처와 분노를 극단적으로 표현하며 세상과 부딪힙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작가는 우리가 얼마나 ‘다름’을 두려워하는 존재인지를 보여줍니다. 윤재는 곤을 통해 감정의 다양한 색깔을 배우고, 곤은 윤재를 통해 차분히 생각하는 법을 배웁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공감의 본질을 느꼈습니다. 공감은 완벽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강렬했습니다. 또한 소설은 부모와 아이, 교사와 학생, 또래 집단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오해와 편견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감정 중심적인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드러냅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윤재의 설정은 오히려 우리에게 감정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되묻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추천 대상과 느낀 점
『아몬드』는 감정, 공감, 관계의 본질을 고민해본 적 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겪은 사람, 또는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책을 덮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내 감정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타인의 감정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저는 이 책을 읽으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능숙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표현의 방식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몬드』는 성장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단순한 청소년 소설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다름’과 ‘결핍’을 결코 극복해야 할 문제로만 보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새로운 가능성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감정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윤재가 결국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역시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감정을 새롭게 정의하도록 초대합니다. 그것이 바로 이 작품이 전하는 가장 큰 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