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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자들의 도시

by lifewhispers 2025. 9. 22.

눈 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눈 먼 자들의 도시』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으로, 갑작스러운 전염병으로 인해 모든 시민이 실명하는 혼돈의 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성, 권력, 사회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소설입니다.

눈 먼 자들의 도시 책 표지

혼돈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성

소설은 도시에서 갑작스러운 '백색 실명'이 퍼지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걸려 차례로 시력을 잃고, 도시는 순식간에 혼돈에 빠집니다. 정부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감염자들을 격리 수용하지만,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상상 이상의 잔혹함과 부조리를 보여줍니다. 사라마구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을 낱낱이 드러냅니다. 질서가 무너지고 법과 제도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때, 인간은 연대할 것인가, 아니면 서로를 해칠 것인가? 작가는 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격리소 안에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세밀하게 포착합니다. 타인의 눈을 볼 수 없게 된 순간,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과 공포를 숨기지 못한 채 드러냅니다. 이 장면들은 인간이 얼마나 쉽게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려는 연대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합니다. 읽는 내내 저는 불편함과 희망 사이를 오갔습니다. 혼돈 속에서 오히려 인간다움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아이러니가 이 소설의 가장 큰 울림이었습니다.

권력과 제도의 붕괴

『눈 먼 자들의 도시』는 단순히 인간 심리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사라마구는 국가와 제도의 무능, 그리고 권력의 민낯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정부는 실명자들을 격리소에 가둔 뒤 사실상 방치합니다. 격리소 내부는 식량 부족, 위생 문제, 폭력 사태가 이어지지만 어떠한 대책도 마련되지 않습니다. 사회 질서가 무너진 공간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힘의 위계’입니다. 몇몇 인물들은 식량을 독점하며 권력을 장악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굴종하거나 저항해야 합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우리가 의존해온 제도와 법이 얼마나 쉽게 무력화될 수 있는지를 실감했습니다. 평소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보호 장치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때,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가 되는지 소설은 잔혹할 정도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라마구는 혼돈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성을 포착합니다. 눈이 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돕고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극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인간의 가능성을 드러냅니다. 제도는 무너져도 인간의 연대는 끝까지 남는다는 메시지가 이 작품을 단순한 디스토피아 소설 이상의 경지로 끌어올립니다.

추천 대상과 느낀 점

『눈 먼 자들의 도시』는 인간 본성, 사회 구조, 권력의 문제를 깊이 탐구하는 독자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읽는 내내 저는 여러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시각을 잃은 뒤에도 우리는 여전히 인간일 수 있을까?” “제도가 붕괴된 사회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소설은 해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오히려 질문을 통해 독자의 사유를 확장시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은 지금, 이 작품이 던지는 문제의식은 더욱 강하게 다가옵니다. 예측 불가능한 재난 상황에서 우리는 얼마나 쉽게 혼란에 휩싸이고, 얼마나 쉽게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지를 직접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설은 절망 속에서도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서로를 향한 신뢰와 연대만이 혼돈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눈 먼 자들의 도시』는 우리에게 인간성과 사회의 본질에 대해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동시에, 극한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의 불씨를 전하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