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리뷰 – 잃어버린 자아를 불러오는 문장의 여정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는 자신조차 인식하지 못한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주는 인문 에세이입니다.
전승환은 고전·철학·문학을 넘나들며 독자들의 삶 구석구석에 놓인 질문들을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감정, 시간, 관계, 세계를 잇는 문장의 힘
이 책은 감정, 시간, 관계, 세계라는 네 개의 축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각 장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놓치는 질문들을 던지며, 그 질문 앞에서 멈추게 합니다. 감정 장에서는 외로움, 갈망, 불안 같은 감각들이 펼쳐지고, 저자는 이러한 감정들을 주옥 같은 문장들과 마주하면서 다시 이름 붙입니다. 시간 장에서는 흘러가는 시간과 멈춰 있는 시간 사이의 간극을 조망하며, 우리가 놓치는 순간의 의미를 다시 포착하게 만듭니다. 관계 장에서는 ‘나와 타인의 거리’ 혹은 ‘관계 속 자아의 흔들림’을 섬세하게 해석하고, 세계 장에서는 나의 의미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저자는 문학과 철학, 시와 인용 구절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삶의 겉면 뒤편에 놓인 무늬를 독자와 함께 읽어나갑니다. 독자는 이 흐름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여정을 시작할 실마리를 얻습니다.
특히 이 책은 개정증보판이어서 기존 독자에게도 새로운 지점을 제안합니다. 일부 장에는 ‘바람’과 ‘희망’이라는 테마가 새롭게 보강되어, 단순히 마음을 다독이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의 방향으로 나아갈 여지를 열어 줍니다. 이 보강된 부분은 책이 단순한 위로서적이 아닌 지속 가능한 동반자가 되려는 시도를 보여 줍니다.
혼란한 마음을 읽고 다독이는 공감의 문장들
이 책이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는, 저자의 흔들림마저 드러낸 고백적 태도입니다. 그는 완벽한 위로자가 아니라 스스로도 질문하는 동반자로 존재하고,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공감의 깊이를 더합니다. 책에는 “이럴 때 있지 않은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문장이 등장하는데, 이 질문이 지금의 나를 향해 날카롭게 묻습니다. 저는 이 문장을 읽고, 스스로에게 던져야 했던 질문들을 다시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전작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로 불리며, 많은 사람의 내적 목소리를 대신 전해 왔습니다. 이 책은 그 맥락 위에서, 더 깊고 조용한 질문의 영역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또 하나 인상 깊은 점은, 그는 독해나 지식 전달보다 ‘느낌의 언어’를 더 많이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문장을 읽는 동안 머리가 아닌 몸이 반응하게끔 배치된 문학적 이미지들이 많습니다. 나와 다른 시간대를 사는 듯한 감각, 분절된 기억 사이를 잇는 이미지, 감정의 파편들이 모여 흐름을 이루는 구성 등이 그것입니다. 이 구성은 마음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읽는 속도를 강요하지 않으며, 독자가 자신의 리듬으로 머무를 수 있게 돕습니다.
한 문장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전승환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문장이라도 내 마음에 와닿으면 그것이 충분하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 믿음은 독서의 부담을 덜어 줍니다. 우리는 책을 완독해야만 가치 있다고 여기는 시대 속에서 자주 지치지만, 이 책은 어느 쪽 페이지를 열어도 그 자리에서 읽어 내면이 채워질 가능성을 열어 둡니다. 개정증보판의 보강된 구절들은 그것을 더욱 확장합니다. 예를 들어, ‘바람’과 ‘희망’이라는 테마는 독자가 문장 하나로 미래의 방향을 빚을 여지를 보여 줍니다. 이 방향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의 선택들 속에서 조금씩 자라는 불씨 같은 것입니다. 글 속의 좋은 문장들을 읽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의 삶의 방향을 잡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책이였습니다. 저를 뒤돌아 보고 내 안의 자아를 느끼게 하는 느낌이였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스스로의 욕망과 거리 두는 연습을 했습니다. “지금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 보았습니다. 지나친 부담감이나 외부 평가, 비교 심리를 하나씩 걸러내고 나니, 잔잔한 욕망이 남더군요. 그 잔잔함이 더 단단한 나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완전한 답을 주진 않지만, 질문을 다독이는 방식으로 삶의 태도를 바꾸게 합니다. 독자는 문장의 역류 속에서 자신을 조금 더 선명히 느끼고, 원하는 것이 모호할 때 그 모호함을 견딜 힘을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