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동안 틈틈이 행복합시다』는 화려한 성취보다 일상에서 숨을 고르는 법을 먼저 떠올리게 하는 책입니다.
빛나지 않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지키는 작고 단단한 루틴과 마음의 기준을, 낮고 다정한 목소리로 건네줍니다.

바쁜 하루에 틈새 행복을 돌보는 작은 연습들!
현대의 하루는 늘 빠르게 흐릅니다. 우리는 성과지표와 마감, 비교와 과시의 파도 속에서 자신을 재단하고, 잠깐의 쉼마저 미루곤 합니다. 이 책은
그 속도를 잠시 늦추고, 작은 단서들로 오늘의 자신을 확인하는 연습을 제안합니다. 아침에 창문을 열어 공기를 바꾸는 일, 책상 위 머그컵의 온기를
느끼며 호흡을 길게 고르는 일, 출근길 횡단보도에서 짧게 하늘을 올려다보는 일처럼 사소한 행위들이 하루의 중심을 조금씩 회복시킵니다. 작가는
반짝임을 거부하자는 뜻이 아니라, 내 호흡에 맞춰 삶의 속도를 재설정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잘 지낸다’는 결과는 한순간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작은 선택으로 확보된 안정감이 쌓여 어느새 삶의 평균을 바꿉니다.
저자는 루틴을 효율의 도구가 아니라 회복의 기술로 설명합니다. 무엇을 더 많이 해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최소한의
버팀목이라는 의미죠. 매일 같은 시간에 물 한 잔을 의식적으로 마시기, 집에 들어오면 코트를 바로 거는 동작으로 ‘귀가의 리셋’을 만들기,
스마트폰 알림을 일정 시간 끄고 창밖의 초록을 1분간 바라보기 같은 실천들이 대표적입니다. 겉보기엔 대수롭지 않지만, 이런 ‘미세 루틴’은
마음의 소음을 줄이고 주의력을 현재로 데려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루틴이 의지력을 소모하는 과제라기보다, 불필요한 결정을 줄여 에너지를
아끼는 구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물론 작은 연습들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습니다. 저자는 ‘마법의 문장’ 대신 ‘지속 가능한 방법’을 강조합니다. 완벽한 하루를 만들려는
강박 대신 오늘의 나에게 맞는 최소치를 정하고, 그 최소치를 지키는 데서 자존감의 단서를 찾습니다. 실패한 날엔 자책을 줄이고, ‘무엇부터
다시’라는 질문으로 재시작의 문을 여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 타인의 시선에서 흔들리던 마음이 자신만의 기준으로 돌아옵니다.
화려한 성과가 없어도 기초 체온처럼 유지되는 평온. 그 평온이 바로 틈새 행복의 실체임을, 책은 조용히 설득합니다.
상실과 피로 속에서도 마음을 지키는 현실 기술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균열이 찾아옵니다. 관계의 냉기, 생각지 못한 진단서의 한 줄 경고, 통장 잔고의 얇아짐,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업무,
예상치 못한 이별과 같은 파열음이 우리의 생활을 자주 끊어놓습니다. 이 책이 인상적인 이유는 슬픔과 피로를 몰아내자고 다그치지 않는 점입니다.
대신 슬픔의 좌석을 마련해 주고, 그 좌석이 일상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경계를 그려 줍니다. ‘감정의 미세 조절’이란 표현이 어울립니다. 거대한
도약 대신 작은 복구를 반복하여 균열을 틈이 아닌 여백으로 바꾸는 기술 말입니다.
실천의 목록은 삶에 닿아 있습니다. 수면을 우선순위 1번으로 올리기, 한 끼 식사를 천천히 씹으며 미각을 되찾기, ‘핵심 업무 25분–휴식 5분’의
타이머로 주의력의 고리를 짧게 만들기,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3문장으로 적어 보며 사유를 외부화하기. 무엇보다 중요한 건 ‘도움 요청의 문장’을
연습하는 일입니다. “지금은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해요.” “오늘은 집안일을 나눠 하고 싶어요.” “이번 주엔 일을 조금 줄여야 합니다.”
구체적인 내용과 범위를 담은 문장은 관계를 의존이 아닌 협력으로 재구성하고, 혼자 버티기 전략이 만든 고립에서 우리를 꺼내 줍니다. 저는
이 연습을 시작한 뒤, ‘강한 사람’이라는 자의식이 때론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잘 버티는 사람에서 잘
도움을 구하는 사람으로 바뀌자 피로의 잔향이 빠르게 줄었습니다.
책은 죄책감과 자기연민을 다루는 시선도 균형 있게 제시합니다. 의욕이 꺼진 날들을 ‘게으름’으로 단정하지 않기, 한 번의 실패담을 정체성으로
확대하지 않기, ‘왜 못했나’보다 ‘무엇부터 다시’라는 질문으로 초점을 바꾸기. 감정과 사건을 분리해서 보고, 오늘의 선택 단위로 삶을 다시
조립하는 습관은 작은 통제감과 자기 효능감을 회복시킵니다. 결국 상실을 몰아내기보다 동거의 방법을 익히는 태도가 우리를 덜 부서지게 합니다.
이 장에서 저는 ‘회복은 비밀스러운 의식이 아니라 생활의 기술’이라는 문장을 적어 두었습니다. 위로가 말로만 머물지 않도록 만들어 주는
기술이 바로 여기 있었습니다.
조용한 문장이 오늘에 건네는 작고 분명한 질문
이 책의 문장들은 크고 강한 슬로건이 아니라 낮고 다정한 목소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독자는 자주 멈칫합니다. 빠르게 읽어 치우는 쾌감 대신
문장 사이의 여백과 호흡을 점검하게 되지요. 저는 이 느림이야말로 책이 선물하는 핵심 가치라고 느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떤 감각을
놓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르고, 그 질문은 업무 메신저와 알림의 파도 속에서 휘발된 나의 주의를 현재로 되돌려 놓습니다. 저자는
정답을 쓰지 않습니다. 자신의 실패담과 흔들림을 솔직히 공유하며, 독자가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를 조립하도록 여지를 남겨 둡니다. 그래서
문장들은 읽는 이를 훈육하지 않고, 그저 옆에 함께 앉아 조용히 묻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날에도, 나는 나를 좋아할 수 있는가?”
비판적으로 보면 서사의 극적 변곡은 많지 않습니다. 어떤 독자에게는 담담함이 장점이면서 동시에 단점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담담함 덕분에 문장은 오래 지속됩니다. 자극이 적은 대신 침잠이 깊어지고, 독자는 속도를 스스로 조절해 읽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덮은
뒤 작은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루에 한 번, 의식적으로 멈추는 시간 만들기. 스마트폰 대신 창밖을 보고, 저녁의 불을 조금 일찍 낮추고,
사소한 기쁨을 기록장에 한 줄씩 적어 넣는 일. ‘틈틈이 행복하자’는 구호가 ‘틈을 만들자’는 실천으로 바뀌는 순간, 하루의 궤도가
부드럽게 수정되었습니다. 그 경험이 반복되자,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자세라는 사실이 온전히 이해되었습니다.
결국 이 책은 삶의 기준을 바꾸는 선언을 조용히 돕습니다. 반짝임을 기준으로 삼던 세계에서 지속과 회복을 기준으로 삶을 다시 설계하는 일.
오늘의 나를 지탱하는 질문을 가슴께에 넣어 두려 합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질문이야말로 틈틈이
행복해지는 법의 출발선입니다. 결과가 늦더라도, 내 리듬으로 걷는 사람에게 평온은 뒤늦게라도 반드시 도착합니다.